자폭

2010/07/11 04:38
끝에 가서는 자폭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이든, 결론적으로 보기에 아름답지는 않다. 만약, 스스로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며 가학적인 쾌감을 얻는 사람이 나였다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 그들이 무너지고 괴로워하고, 모든 것을 다 털어놓으면서 발악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서 쾌감은 커녕 그 어떠한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얻지 않는다 -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내가 그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내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나는 슬프다. 괴롭다. 동정한다. 한 때 내가 알았던 사람들은 그렇게 파괴되고, 그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추억 속에 묻혀, 내가 쓰는 일기장에서나 조금씩 더듬어볼 수밖에 없다.
 
가버린 그들을 나는 잊고 싶지 않겠지만, 제 아무리 내가 쓰는 만년필의 잉크가 제일 비싼 것이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어찌되었건,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리고 잊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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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향수

2010/05/31 23:15
난생 처음으로 강남 신세계 백화점 2층, 그러니까 명품들만 모인 일종의 부띠끄 전시장에 가서 어머니 생신 선물을 샀다. 에르메스 보야쥐 데르메스라는 향수였는데, 무슨 향수가 15만원이나 했다. 그래도 평소에 내 씀씀이로 보았을 때 이젠 어머니께 이 정도 선물은 해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해서 결국은 샀다.

그런데 굳이 왜 이런 이야기를 쓰는가 하면, 그 에르메스(Hermes)에서 발음도 안되는 H가 적힌 주황색의 작은 종이봉투를 들었을 때의 느낌 때문이었다. 사실 신세계 백화점 2층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사람을 보기란 거의 힘들고, 그래서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주황색의 까만 H 글자를 보는 여성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나의 가치는 그 작은 에르메스 쇼핑백의 작은 H로 귀결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어떤 여성분께선 내가 지나가자 조그맣게 말씀도 해주셨다.

어머, 에르메스
그래, 에르메스라는 단어는 그 향수만큼이나 향기로운 것이었다. 스타벅스 커피의 작은 종이컵 하나만큼은 강의실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처럼, 나는 오늘만큼은 버버리 상표에 체크무늬가 선명한 와이셔츠의 팔뚝을 걷어 올리고, 포켓에는 뱅앤 올룹슨의 이어폰에 금장 만년필을 꽂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H가 적힌 작은 쇼핑백을 들고 강남 백화점 복도를 걸었다.

내 평생 정말 멋진 문양이었다. 그토록 많은 여성분들께서 나를 바라봐 주시다니, 정말 송구스러웠다.

아, 물론 'ㅅ' 오늘만큼은 나에게 예쁜 그 분들의 얼굴과 몸매를 똑바로 볼만한 가치가 있었음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겠지만, 그랬다. 명품은 정말 위대한 물건임에 분명하다.

ps. 혹, 보야쥐 향수의 향기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직접 가서 테스트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것만큼은 돈도 안들거니와,  그 하얀 테스팅 페이퍼에 그려진 에르메스 문양도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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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무겐 2010/07/14 15:33

    혹시 에르메스향수는 1층 향수전문판매대가아니라 2층 샵안에 있는건가요? 저도 생신선물 사드리려고하는데...정확한 가격을 몰라서요. 몇ml사셨길래 15만원인가요;;; 혹시 알려주실수있다면 답변기다립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시마시마 2010/07/20 18:52

      음, 에르메스 향수는 원래 에르메스에서만 판매합니다. 가격대도 다른 유명 메이커들과 비슷해서 30ml에 약 7만원, 50ml에 10만원이고요. 제가 이 향수를 살 때 매장에 있는 게 100ml 짜리 제일 큰 용량뿐이어서 15만원이나 주고 산 거랍니다.

      그리고 덧붙이면, 에르메스 향수의 향을 찾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어서 향수 전문 판매대에서 판매를 아예 안한다고 합니다 'ㅅ'

      도움이 되셨나 모르겠네요. 제가 요즘 컴퓨터를 잘 쓰질 않아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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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 유감

2010/05/30 01:42
오늘 가족들이랑 외식을 하고, 잠깐 화장실을 핑계로 나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다. 역시 식후땡! 하면서. 그런데 웬 백인 여자가 오더니 라이퉐 플리즈? 하길래 불을 붙여주었다. 여자가 들고 있던 담배는 말보로 라이트. 불이 붙자마자 뛰어가더니 갑자기 휙 돌아서 다시 나에게 뛰어오는 게 아닌가!

헉! 설마, 이것은(숨겨왔던 마음)? 이제 나에게도 인터내셔널 스프링의 시대가!
했는데 그냥 담배불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달려서 가버리느라 제대로 담배를 못빨아들인 탓일까. 다시 붙여주려는데 이번엔 라이터가 말썽이었다. 불이 안붙는 내 지포 라이터. 오늘 따라 면도도 안하고 옷도 아무 것이나 줏어 입었으니, 그냥 It sucks! 하고 라이터 심지를 쭉 뽑아서 다시 불을 붙였더니 활활, 라이터에 불이 붙었다.

이름 모를 그 백인 여자는 뭐가 그리 급한지, 갑자기 입술을 -ㅅ-; 불에 들이밀다가 깜짝 놀라면서 손에 든 담배를 입에 물고 제대로 불을 붙이더니 또 미친 듯이 뛰어갔다.

굳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 여자가 예쁘기도 했고, 일단 머리사이즈가 정말 작았다는 거? 그리고 오늘따라 내 라이터는 불이 잘 안 붙어서 급한 사람이 입을 불에 들이미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래서 난 라이터 유감이라고 오늘 사건을 명명한다.

생각해보니 인터내셔널 뭐시기는 쓸모없고, 담배나 피우는 것이 상책이다 'ㅅ' 란 진리도 깨달았고. 이래저래 유감인 하루였다. 밥이야 잘 먹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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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수업 시간

2010/05/27 11:14
가끔 수업을 듣다보면 기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은 <한국사강독> 시간인데, 지금 배우고 있는 부분은 원효불기(元曉不羈),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사 중 원효대사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왜 기괴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이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분명 한국중세사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 교수님은 불행하게도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서 지도를 하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한국대외관계사>인가, 하는 수업도 같이 하시는데 하필이면 이 수업은 한일대외관계 중에서도 고대에 있었던 부분을 다루는 전공수업이다. 물론 교수님은 여전히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논문을 읽고 공부를 해오셔서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긴 한다.

그런데 기괴하다고 자꾸 그러는 건, 사학과에서 적어도 가르치는 전공 부분이 동양사, 서양사, 거기에 한국사로 지역별로 4개를 나누고 또 동양사에서는 중국사, 일본사, 서양사에서는 고대, 중세, 유럽 근대, 서양 현대사, 그리고 한국사도 마찬가지로 나누는 방대한 전공의 선택이 가능한데도

우리 과의 '교수'님들은 고작 6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단 우리학교 출신 중에 강사로 고용된 선생님들을 데려오고, 어찌되었든 가능하다면 '정'교수인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하신다. 비록 그것이 그 선생님들께서 전공하신 부분이 아니더라도.

무슨 교수님들이 군대 야전삽도 아닌데, 지금 수업을 가르쳐주시고 계시는 선생님께선 단지 중세사를 전공하고 연구하셔서 정교수가 된 죄밖에 없다. 그 죄 때문에 고대사도 어찌되었건 '덮고(take cover!)' 계신 셈이다.

정말 기괴한 일이다.
과목은 있는데 가르칠 사람은 제대로 없다. 물론 우리 선생님께서 못 가르치신다는 건 아니다. 이왕이면, 정말 대학이라면 적어도 '한 시대'에 한 명씩은 교수 채용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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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2010/05/26 15:16
나란 인간이 왜 솔로로 계속 지내는 지 알았다.
어제 일이었는데, 너무 배가 고프고 춥고 짜증나면서 외로웠다.
대체 왜 하필 이럴 때 외로운 것인가 한탄하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따뜻한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웠더니
외로움을 포함한 모든 내면적 갈등이 죄다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느꼈다.

난 생각보다 단순하단 사실을

그리고 잠들어버려서 레포트를 못써서..
제출일은 오늘인데 아직도 쓰고 있다.

난 생각보다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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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 과제 때문에 책을 살 겸 영풍문고 센트럴 지점을 갔는데, 그날따라 모든 것이 눈에 잘 띄었다고 해야하나? 담배를 끊은 탓인가. 그날따라 책을 파는 그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고? 하여튼 보통 서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이런 곳은 하여튼 책이 많았던 곳이었다. 적어도 내 어릴 적 기억에는 말이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사람은 많았고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책방은 어떤 소굴처럼 열기를 가득 품고 내보내질 않았다.

센트럴 지점 영풍문고는 다들 잘 아는 7호선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그 영풍문고, 맞다. 이곳의 구조가 참으로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걸, 어제 느껴서 이렇게 서문도 길고 복잡한 심정을 가득 담은 문장을 자꾸 풀어내려고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 보면, 탁자들이 길게 놓여있다. 각 책을 나눈 구역을 가로지르는 그 좁은 골목에는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는 모양으로 책들이 탁자 위에 죽어있다. 책들이 죽어있다는 말. 사실 엄밀하게 책은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 않다. 무생물이니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를 해준다면 그것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생산된 어떤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영풍문고의 그 장면은 사실 죽은 책을 전시하는 것에 불과했다. 원래 복도로 쓰여야할 곳에 탁자를 놓았으니 사람들은 겨우겨우 부딪쳐가면서 그 사이를 지나가고, 탁자 위에 올려진 책들은 마치 썩은 생선을 진열해놓은 가판대처럼 무시당하고 자꾸 치인다. 그렇다. 죽은 책들이다.

어디를 가도 잠시 책을 펼쳐서 서 있을 만한, 그런 공간이 요즘 책방에는 없는 것일까. 책들을 모아둔 책장들은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차버리고, 문자는 펼쳐지기보다는 조용히 닫혀있는 편이 많은 게 요즘 책방의 현실이다. 이런 모습에 반해

잠깐 자리를 옮겨 문구류 코너와 잡화코너로 가면 그나마 조금 다닐만 하달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통은 책을 파는 공간인 곳에서 요즘엔 책을 마치 죽은 생선처럼 진열해놓으니.

나는 서 있을 곳이 없었다. 책을 들고 서 있을만한 장소. 사람들은 1.5층으로 가는 층계에 마치 로마의 원형극장 관객처럼 둥글게 않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다른 방문객들 역시 갈 곳이 없었고 길은 막혀있었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계단에 앉아서 또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이상하게 모든 것을 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렇게 굳이 기록을 해서 보인다. 하필이면 책들은 왜 썩은 생선모양으로 탁자에 널브러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

아닌 책방도 있다고 말씀하시면, 나는 맞는 말이라고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 곳이 많은 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지금 이런 모습을 말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표지 하나, 목차 하나 제대로 읽히지 못하고 그렇게 책들이 쌓여있는 곳은 무덤이나 다름없으니, 나는 무덤에 대한 견문록을 쓴 것이다.

그렇게 나는 책방에서 잠시라도 서 있을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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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에 대해

2010/05/24 11:42
에전 스킨은 전부 우분투로 도배되어 있지만, 사실 우분투를 버린 지 꽤 되었습니다. 지금은 맥북프로를 쓰고 있는데다가... 더 이상 오픈소스 프로그램에서 얻는 이점을 굳이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 설치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랑은 변하는 거야! 라고들 하는데, 사실입니다. 두근거림이 더 이상 없는 존재들에게는 더 이상 어떤 가치를 부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취미가 들지 않는 것도 그렇고... 더 이상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이야기들도 없었고, 그래서 자꾸 자리를 옮겼다가 돌아왔다가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뭔가 주제가 통일되지 않아서 이상한 글이 써지네요. 앞으로 쓸 글들은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을 보여줄 겁니다. 뭐, 텍스트큐브 닷컴의 내용들을 전부 다 복원해서 데리고 오면 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 재미있는 블로그질, 잘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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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세상사입니다. 제가 블로그질을 중단한지 거의 4개월만에 돌아오려고 보니, 텍스트큐브 닷컴이 이젠 블로거닷컴과 통합된다고 하네요 -ㅅ-

그래서 돌아왔습니다.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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