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 과제 때문에 책을 살 겸 영풍문고 센트럴 지점을 갔는데, 그날따라 모든 것이 눈에 잘 띄었다고 해야하나? 담배를 끊은 탓인가. 그날따라 책을 파는 그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고? 하여튼 보통 서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이런 곳은 하여튼 책이 많았던 곳이었다. 적어도 내 어릴 적 기억에는 말이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사람은 많았고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책방은 어떤 소굴처럼 열기를 가득 품고 내보내질 않았다.
센트럴 지점 영풍문고는 다들 잘 아는 7호선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그 영풍문고, 맞다. 이곳의 구조가 참으로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걸, 어제 느껴서 이렇게 서문도 길고 복잡한 심정을 가득 담은 문장을 자꾸 풀어내려고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 보면, 탁자들이 길게 놓여있다. 각 책을 나눈 구역을 가로지르는 그 좁은 골목에는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는 모양으로 책들이 탁자 위에 죽어있다. 책들이 죽어있다는 말. 사실 엄밀하게 책은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 않다. 무생물이니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를 해준다면 그것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생산된 어떤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영풍문고의 그 장면은 사실 죽은 책을 전시하는 것에 불과했다. 원래 복도로 쓰여야할 곳에 탁자를 놓았으니 사람들은 겨우겨우 부딪쳐가면서 그 사이를 지나가고, 탁자 위에 올려진 책들은 마치 썩은 생선을 진열해놓은 가판대처럼 무시당하고 자꾸 치인다. 그렇다. 죽은 책들이다.
어디를 가도 잠시 책을 펼쳐서 서 있을 만한, 그런 공간이 요즘 책방에는 없는 것일까. 책들을 모아둔 책장들은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차버리고, 문자는 펼쳐지기보다는 조용히 닫혀있는 편이 많은 게 요즘 책방의 현실이다. 이런 모습에 반해
잠깐 자리를 옮겨 문구류 코너와 잡화코너로 가면 그나마 조금 다닐만 하달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통은 책을 파는 공간인 곳에서 요즘엔 책을 마치 죽은 생선처럼 진열해놓으니.
나는 서 있을 곳이 없었다. 책을 들고 서 있을만한 장소. 사람들은 1.5층으로 가는 층계에 마치 로마의 원형극장 관객처럼 둥글게 않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다른 방문객들 역시 갈 곳이 없었고 길은 막혀있었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계단에 앉아서 또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이상하게 모든 것을 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렇게 굳이 기록을 해서 보인다. 하필이면 책들은 왜 썩은 생선모양으로 탁자에 널브러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
아닌 책방도 있다고 말씀하시면, 나는 맞는 말이라고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 곳이 많은 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지금 이런 모습을 말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표지 하나, 목차 하나 제대로 읽히지 못하고 그렇게 책들이 쌓여있는 곳은 무덤이나 다름없으니, 나는 무덤에 대한 견문록을 쓴 것이다.
그렇게 나는 책방에서 잠시라도 서 있을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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