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무슨무슨 편집을 빙자해서 과방에서 술을 진창 들이켰는데,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하고 돌아보니 시계가 오후 11시 50분에 멈춰있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민중의 발이자 가장 현대적인 서비스업인 택시를
잡아 타는 일뿐이었다.
그런데 그 추운 날 밤 기사들의 행동이
참으로 기묘했다. 내가 손을 흔드는 데에도 '빈차'표시를 띄워놓은 많은 택시들이 천천히
나를 지나쳐 가버리는 게 아닌가? 그것도 나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보면서
말이다. 결국 폐 속 깊숙이 골골거리는 택시 운전사 분이 겨우 멈추는
바람에 나는 택시를, 민중의 발을 얻어 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술병 속에 생각해보니 더욱 기묘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차량 뒷유리에 무슨 법을 만들어서 택시운전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써붙여놓은 택시들을 말하는
거다.
모든 택시 운전자 분들이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정말 잘 안다. 하지만 법을 잘 지키면서(적어도 손님을 무시하지 않는) 운행하는 택시 운전자들만큼이나 많은 수의 택시 운전사들은 그들이 태워야할 손님을 지나치고 도로에서는 사고가 날 듯 옆 차량에 끼어들며, 여성 운전자가 보이면 무섭게 그들의 차량을 들이민다. 또 우회전하는 곳에서 손님을 내리는 행태는 무엇인가! 그분들이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분들의 도로에서 하는 행동들은 너무나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까 도로 위에서 가장 많은 '범법'(심지어 자기의 직업
상 반드시 해서는 안될 승차거부 등)을 행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택시를 운행하시는
분들일지도 모른다. 그분들에게 당하고 나면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그런데 그들은
법을 원하신다. 국가가, 정부가 내려주는 신성한 지위. 법. 기묘짭짤하지 않은가? 탈법을
가장 자주하는 분들께서 법을 제정해 자신들을 지켜주옵서 하니 말이다. 모름지기 법을
지켜가면서 법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려 현대(라고 쓰고 근대라고
읽는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서비스 업을 하는 사람들이
법을 어긴다니!
법 안지키는 사람들의 법 만들기. 그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저 멀리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가며 쥐의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