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향수

2010/05/31 23:15
난생 처음으로 강남 신세계 백화점 2층, 그러니까 명품들만 모인 일종의 부띠끄 전시장에 가서 어머니 생신 선물을 샀다. 에르메스 보야쥐 데르메스라는 향수였는데, 무슨 향수가 15만원이나 했다. 그래도 평소에 내 씀씀이로 보았을 때 이젠 어머니께 이 정도 선물은 해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해서 결국은 샀다.

그런데 굳이 왜 이런 이야기를 쓰는가 하면, 그 에르메스(Hermes)에서 발음도 안되는 H가 적힌 주황색의 작은 종이봉투를 들었을 때의 느낌 때문이었다. 사실 신세계 백화점 2층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사람을 보기란 거의 힘들고, 그래서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주황색의 까만 H 글자를 보는 여성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나의 가치는 그 작은 에르메스 쇼핑백의 작은 H로 귀결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어떤 여성분께선 내가 지나가자 조그맣게 말씀도 해주셨다.

어머, 에르메스
그래, 에르메스라는 단어는 그 향수만큼이나 향기로운 것이었다. 스타벅스 커피의 작은 종이컵 하나만큼은 강의실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처럼, 나는 오늘만큼은 버버리 상표에 체크무늬가 선명한 와이셔츠의 팔뚝을 걷어 올리고, 포켓에는 뱅앤 올룹슨의 이어폰에 금장 만년필을 꽂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H가 적힌 작은 쇼핑백을 들고 강남 백화점 복도를 걸었다.

내 평생 정말 멋진 문양이었다. 그토록 많은 여성분들께서 나를 바라봐 주시다니, 정말 송구스러웠다.

아, 물론 'ㅅ' 오늘만큼은 나에게 예쁜 그 분들의 얼굴과 몸매를 똑바로 볼만한 가치가 있었음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겠지만, 그랬다. 명품은 정말 위대한 물건임에 분명하다.

ps. 혹, 보야쥐 향수의 향기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직접 가서 테스트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것만큼은 돈도 안들거니와,  그 하얀 테스팅 페이퍼에 그려진 에르메스 문양도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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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BlogIcon 무겐 2010/07/14 15:33

    혹시 에르메스향수는 1층 향수전문판매대가아니라 2층 샵안에 있는건가요? 저도 생신선물 사드리려고하는데...정확한 가격을 몰라서요. 몇ml사셨길래 15만원인가요;;; 혹시 알려주실수있다면 답변기다립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시마시마 2010/07/20 18:52

      음, 에르메스 향수는 원래 에르메스에서만 판매합니다. 가격대도 다른 유명 메이커들과 비슷해서 30ml에 약 7만원, 50ml에 10만원이고요. 제가 이 향수를 살 때 매장에 있는 게 100ml 짜리 제일 큰 용량뿐이어서 15만원이나 주고 산 거랍니다.

      그리고 덧붙이면, 에르메스 향수의 향을 찾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어서 향수 전문 판매대에서 판매를 아예 안한다고 합니다 'ㅅ'

      도움이 되셨나 모르겠네요. 제가 요즘 컴퓨터를 잘 쓰질 않아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 무겐 2010/08/11 22:38

      와...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30ml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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