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수업 시간

2010/05/27 11:14
가끔 수업을 듣다보면 기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은 <한국사강독> 시간인데, 지금 배우고 있는 부분은 원효불기(元曉不羈),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사 중 원효대사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왜 기괴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이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분명 한국중세사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 교수님은 불행하게도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서 지도를 하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한국대외관계사>인가, 하는 수업도 같이 하시는데 하필이면 이 수업은 한일대외관계 중에서도 고대에 있었던 부분을 다루는 전공수업이다. 물론 교수님은 여전히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논문을 읽고 공부를 해오셔서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긴 한다.

그런데 기괴하다고 자꾸 그러는 건, 사학과에서 적어도 가르치는 전공 부분이 동양사, 서양사, 거기에 한국사로 지역별로 4개를 나누고 또 동양사에서는 중국사, 일본사, 서양사에서는 고대, 중세, 유럽 근대, 서양 현대사, 그리고 한국사도 마찬가지로 나누는 방대한 전공의 선택이 가능한데도

우리 과의 '교수'님들은 고작 6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단 우리학교 출신 중에 강사로 고용된 선생님들을 데려오고, 어찌되었든 가능하다면 '정'교수인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하신다. 비록 그것이 그 선생님들께서 전공하신 부분이 아니더라도.

무슨 교수님들이 군대 야전삽도 아닌데, 지금 수업을 가르쳐주시고 계시는 선생님께선 단지 중세사를 전공하고 연구하셔서 정교수가 된 죄밖에 없다. 그 죄 때문에 고대사도 어찌되었건 '덮고(take cover!)' 계신 셈이다.

정말 기괴한 일이다.
과목은 있는데 가르칠 사람은 제대로 없다. 물론 우리 선생님께서 못 가르치신다는 건 아니다. 이왕이면, 정말 대학이라면 적어도 '한 시대'에 한 명씩은 교수 채용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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