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들은 정말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나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눈과 귀로는 교양수업인 <국제관계의 이해>를 듣고 있으면서 동시에 두 손으로는 화면도 보지 않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고 있다.
나는 88년 생으로, 아버지께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컴퓨터를 관련한 사업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디지털Digital) 세계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위와 같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 개념은 일반적인 사용자(user)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것이었다. 도스(DOS)든 하다못해 리눅스(Linux)나 그와 유사한 운영체제를 쓰든 간에 여러 개의 프로세스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화면에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게임을 해도 원래 쓰고 있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나서 게임 실행 파일이 있는 경로로 이동하는 명령을 입력하고, 그 다음에 실행 파일을 입력해서 엔터까지 때리고 나서야 게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우스가 쓰이긴 했지만 도스 운영체제에서 마우스가 쓰일 때라고는 정말 DOOM이나 그에 기반한 초기 FPS 게임에서 총을 쏘고 화면을 둘러보는 용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물건이 윈도 3.1이었다. 정말 엄청난 혁명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는 천리안이나 하이텔에 접속해서 채팅을 하는 일조차도 어려웠던 나에게, 단지 클릭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계는 정말 완벽한 체제의 변신이었다. 모든 것은 클릭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실제적으로 눈에 보일 있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산만함의 세계, 즉 멀티태스킹의 완전한 시작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계속 사용하던 도스 프로그램들이 남아있었고, 따라서 애초에 그것들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 기반하여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게끔 작동하지 않았다.
진정한 멀티태스킹 혁명은 윈도 XP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윈도 3.1의 후손으로 윈도 95와 98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멀티 태스킹을 한다기 보다는 거의 블루스크린 대행진을 한다고 할 정도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띄울만큼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XP의 시대에서 우리는 미친듯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Alt+tab을 연타해서 버디버디를 하고, 또 갑자기 815 한글을 돌려서 숙제하는 척, 그야말로 모든 것을 화면안에서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인 산만함의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는 정말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세계에 살고 있다. 쏟아지다 못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치들도 한 두 개로 끝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휴대전화가 있으며, 또 이것이 발전해 wifi(와이파이)를 통해 무선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있다. 또 노트북은 어떤가? 이제 노트북은 카탈로그 스펙 상 거의 10-11시간 동안 동작하며, 전력 효율은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재료를 사용하는 기술도 더해져 웬만한 13.3인치 화면 노트북들은 1.7kg 밖에 되지 않는데 영화까지 풀 HD 영상으로 감상하고도 배터리 시간은 남아돈다.
여기에 요즘엔 iPad까지 나타났다.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담긴 작은 판. 이젠 정말 온몸의 감각 수용체는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에 푹 담궈질 것 같다. 오죽하면 어떤 이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들을 끄는 것이 '현실에 로그인'한다는 자조적 표현까지 쓰기도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말 정신이 없다. 화면에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떠있고, 그 옆에는 지금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적고 있는 워드 프로세서가 있으며, 또 다른 창에는 내일 모레 제출할 과제가 적혀있다. 한편 최소화된 메신저는 언제든지 내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나에게 쪽지를 보내면 볼 수 있도록 항상 켜져 있을 때가 많다.
정말로 멀티태스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디지털 세대는 전능해보인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로 그런걸까? 하지만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은 모두 동의할 사실이 있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10대와 20대의 정체성은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산만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런 산만한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삶을 살면서 진화한 적도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땅의 수많은 디지털 세대들은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전에 없었던, 유전자가 겪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 속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아마 이런 질문은 예전 세대의 분들이라면 고등학생이 되면서, 또 대학생이 되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넘어갔을 당연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또 '나'가 현실에 딱 한 명으로 고정되지 못하면서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된 지 오래다.
매스 미디어가 밀어부쳤기 때문일까? 생각이 없기 때문일까?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일까? 정말 많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답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건 단순한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문제는 바로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에 있다. 바로 '산만함'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도록 강요받다 보니 그 안에 자신은 항상 없는 경우가 많다. 집중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있지도 않은 '나'를 찾으려고 별 짓을 다하고 있다. 네이트(싸이월드)나 TV에서 말하는 대로 옷을 입고, 선물을 주라는 날엔 없는 돈을 모아서는 선물을 해주고, 새로운 휴대전화가 등장하면 전에 쓰던 것이 멀쩡해도 그걸 버리고 새 물건을 산다.
마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스킨이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세대는 정신없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어딘가에 있을 '나'를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인 것으로 영혼이 '있는 척' 한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대학생들이 가졌던 숭고함, 즉 '생산'을 하는 지식인 계층은 이제 단순한 '소비'만 하는 기계가 되버렸다. 마치 컴퓨터의 화면이 바탕화면만 빼놓고 거의 똑같은 구성을 갖춘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갈아입고 자꾸 어지러워 한다. 모두 산만함, 멀티태스킹의 산물이다.
내가 판단한 지금 우리 20대 세대의 특징은 이렇다. 얼마 전에 일어났던 'K대 패륜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는 20대의 무책임한 행동(UCC로 중계까지 되는)들은 우리가 자신을 한 번도 돌아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모두들 똑같아 보이는 밋밋한 현실 속에서 분출되는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은 21세기에 들어 어떤 기준도 없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이며, 화면 속에서 그들 자신의 모습을 본 20대들은 경멸을 보내며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우리는 이런 산란함 속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스스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정신나간 세상 속에서 오늘도 디지털 세대의 엄지, 손가락, 눈은 끊임없이 화면을, 키패드를,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고 있다.
나는 88년 생으로, 아버지께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컴퓨터를 관련한 사업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디지털Digital) 세계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위와 같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 개념은 일반적인 사용자(user)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것이었다. 도스(DOS)든 하다못해 리눅스(Linux)나 그와 유사한 운영체제를 쓰든 간에 여러 개의 프로세스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화면에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게임을 해도 원래 쓰고 있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나서 게임 실행 파일이 있는 경로로 이동하는 명령을 입력하고, 그 다음에 실행 파일을 입력해서 엔터까지 때리고 나서야 게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우스가 쓰이긴 했지만 도스 운영체제에서 마우스가 쓰일 때라고는 정말 DOOM이나 그에 기반한 초기 FPS 게임에서 총을 쏘고 화면을 둘러보는 용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물건이 윈도 3.1이었다. 정말 엄청난 혁명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는 천리안이나 하이텔에 접속해서 채팅을 하는 일조차도 어려웠던 나에게, 단지 클릭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계는 정말 완벽한 체제의 변신이었다. 모든 것은 클릭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실제적으로 눈에 보일 있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산만함의 세계, 즉 멀티태스킹의 완전한 시작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계속 사용하던 도스 프로그램들이 남아있었고, 따라서 애초에 그것들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 기반하여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게끔 작동하지 않았다.
진정한 멀티태스킹 혁명은 윈도 XP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윈도 3.1의 후손으로 윈도 95와 98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멀티 태스킹을 한다기 보다는 거의 블루스크린 대행진을 한다고 할 정도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띄울만큼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XP의 시대에서 우리는 미친듯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Alt+tab을 연타해서 버디버디를 하고, 또 갑자기 815 한글을 돌려서 숙제하는 척, 그야말로 모든 것을 화면안에서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인 산만함의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는 정말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세계에 살고 있다. 쏟아지다 못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치들도 한 두 개로 끝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휴대전화가 있으며, 또 이것이 발전해 wifi(와이파이)를 통해 무선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있다. 또 노트북은 어떤가? 이제 노트북은 카탈로그 스펙 상 거의 10-11시간 동안 동작하며, 전력 효율은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재료를 사용하는 기술도 더해져 웬만한 13.3인치 화면 노트북들은 1.7kg 밖에 되지 않는데 영화까지 풀 HD 영상으로 감상하고도 배터리 시간은 남아돈다.
여기에 요즘엔 iPad까지 나타났다.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담긴 작은 판. 이젠 정말 온몸의 감각 수용체는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에 푹 담궈질 것 같다. 오죽하면 어떤 이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들을 끄는 것이 '현실에 로그인'한다는 자조적 표현까지 쓰기도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말 정신이 없다. 화면에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떠있고, 그 옆에는 지금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적고 있는 워드 프로세서가 있으며, 또 다른 창에는 내일 모레 제출할 과제가 적혀있다. 한편 최소화된 메신저는 언제든지 내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나에게 쪽지를 보내면 볼 수 있도록 항상 켜져 있을 때가 많다.
정말로 멀티태스킹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디지털 세대는 전능해보인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로 그런걸까? 하지만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은 모두 동의할 사실이 있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10대와 20대의 정체성은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산만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런 산만한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삶을 살면서 진화한 적도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땅의 수많은 디지털 세대들은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전에 없었던, 유전자가 겪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 속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아마 이런 질문은 예전 세대의 분들이라면 고등학생이 되면서, 또 대학생이 되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넘어갔을 당연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또 '나'가 현실에 딱 한 명으로 고정되지 못하면서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된 지 오래다.
매스 미디어가 밀어부쳤기 때문일까? 생각이 없기 때문일까?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일까? 정말 많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답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건 단순한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문제는 바로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에 있다. 바로 '산만함'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도록 강요받다 보니 그 안에 자신은 항상 없는 경우가 많다. 집중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있지도 않은 '나'를 찾으려고 별 짓을 다하고 있다. 네이트(싸이월드)나 TV에서 말하는 대로 옷을 입고, 선물을 주라는 날엔 없는 돈을 모아서는 선물을 해주고, 새로운 휴대전화가 등장하면 전에 쓰던 것이 멀쩡해도 그걸 버리고 새 물건을 산다.
마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스킨이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세대는 정신없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어딘가에 있을 '나'를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인 것으로 영혼이 '있는 척' 한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대학생들이 가졌던 숭고함, 즉 '생산'을 하는 지식인 계층은 이제 단순한 '소비'만 하는 기계가 되버렸다. 마치 컴퓨터의 화면이 바탕화면만 빼놓고 거의 똑같은 구성을 갖춘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갈아입고 자꾸 어지러워 한다. 모두 산만함, 멀티태스킹의 산물이다.
내가 판단한 지금 우리 20대 세대의 특징은 이렇다. 얼마 전에 일어났던 'K대 패륜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는 20대의 무책임한 행동(UCC로 중계까지 되는)들은 우리가 자신을 한 번도 돌아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모두들 똑같아 보이는 밋밋한 현실 속에서 분출되는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은 21세기에 들어 어떤 기준도 없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이며, 화면 속에서 그들 자신의 모습을 본 20대들은 경멸을 보내며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우리는 이런 산란함 속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스스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정신나간 세상 속에서 오늘도 디지털 세대의 엄지, 손가락, 눈은 끊임없이 화면을, 키패드를,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고 있다.
과연 여기서 우리가 나갈 수 있을까?글쎄,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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