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2

주저리 주저리/짧은 주저리 | 2008/10/20 02:39 | 시마시마
그 날 아버지는 자가용을 타시고 회사로 떠나셨고
여동생은 8시 반에 맞춰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
는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하셔야만 했고 나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노닥거리면서 하루를 보냈고 서울은 무사했고
세상은 평화로웠다 완벽했다 그 날 밤 11시부터
영화관에는 젊은 여자들이 서성거렸고 방배역의
모텔들에는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미국말로 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새벽에 설렁탕을
먹었고 또 그 늦은 시간 길거리를 걷는 여자들을 보았고
나는 또 나를 파괴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또 생각했다
그 날 털이 다 뽑힌 비둘기들이 걸어다니는 것은 시민들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과 별반다를 바 없었고 투표장에
간 노인들과 장년층들이 자신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외제차에 올라 신나게 놀러가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까지
들이박아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로또복권의 까만 점과
싱그러운 미소를, 날 3명이 죽고 151명이 교통사고로
부상을 했고 그 날 모텔들에는 번호판 가리개가 모자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지역태그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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