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기를 만나려고 나는 오후 4시 30분 즈음에 내가 다니는 XX대학교의 쓸데없이 거대한 정문의 그림자 속에 달아붙어 있었다. 내가 이렇게 불편하게 서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도 이야기했던 학교의 정문이 모조리 파헤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더웠고 8월말의 땡볕에서 동물처럼 벽돌을 밀고 까는 인부들이 보여서 더더욱 더웠다. 그리고 영원히 지지않을 것 같은 오후의 햇빛사이로 반가운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원래 이 친구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지만 같은 학회를 들어서 친해졌는데, 하필이면 학회가 말그대로 공중분해되어버려서 그냥 친구로 남고 같은 학회소속은 날아가버리게 되었다. 21살의 대학생과 현역 대학생은 일단 만났지만 특별히 갈 곳이 없어서 과방에서 노닥거리기로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들어간 학교는

또 다시 파헤쳐져 있었다. 개강이 다음 주인데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일까하고 21살 대학생과 그의 친구 현역 대학생은 의아해했다. 그리고 과방에 도착해서 그냥 말그대로 노닥노닥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파져서 길거리로 나왔다. 학교 앞의 길거리는 뭐지? 아무것도 없었다. 먹을 없고 죄다 술집인데다가 더럽고 지저분했다. 정신이 없었고 결국 고민끝에 우리과가 맨날 다니는 중국집에 가서 1만원대의 저녁을 한잔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등록금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 청구된 등록금은 300만원대로 정말이지 뭐랄까, 정말로 가장 비싼 최신형 게임 노트북도 이보다는 쌌고 또 웬만한 전문 산악자전거인들이 타는 자전거 값이었고 또 이 돈이 있으면 대한민국의 정말 가난하고 불쌍한 가족들이 반년은 살 수 있는 금액이었는데, 알고보니 이 300만원이 끼어있는 2학기의 행사는 추석과 가을축제와 가을운동회와 MT가 포함된 금액이었다. 친구가

정말 뭐가 많다



한잔했다. 정말 뭐랄까...... 우리는 왜 학교에 다닐까. 왜 우리는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거지? 이상해...하고 나도 한잔했다. 그리고 짜장면이랑 탕수육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계산을 하고 거리로 나와야했다.

우리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얼마전에 우연찮게 얻은 해외 프랜차이즈 커피 상품권이 있어 그거나 마시려고 들어갔는데 너무 비싸서 뭐 어쩔 수 없이 그 상품권과 같은 금액의 대한민국 지폐를, 나랑 같은 20대로 보이는 종업원에게 건내고서야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뭔가 하려고 해도, 뭐?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항상 돈이 필요했다. 아마 나와 나의 친구도 그 커피집에 앉아서 우리는 300만원이나 하는 돈을 내고도 또 돈을 내야할까 그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인간은 정말이지 쓸데없이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렇게 내고도 또 돈이 필요하다니. 그리고 어쩌다보니 요즘의 대한민국 '대'학생이면 반드시 가져야할 것만 같은 노트북에 이야기가 쏠려 그 노트북을 살 돈을 어떻게 모으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커피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거리로 나와 한방에 900원하는 지하철을 같이 타고, 내 친구는 한 환승역에서 손을 흔들면서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대학생인데, 하긴 뭔가 대학생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을 서로 말하고도 싶었지만 지난 1학년 1학기 동안 그다지 많이 배운게 없었던 것 같았다. 아닌가? 배우긴 했는데 기억이 안나는 건가... 대학생이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는 거였나... 모르겠네 대체 뭐가 어디서 잘못된걸까 우리는 이런 게 될려고 6+3+3의 인생을 평균 6-7시간 보낸거였어? 하는 생각이 아까 마셨던 한잔처럼 강하게 속을 훑으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한 정거장 더가서 내렸고

그게 대한민국의 21살 대학교 1학년생이 보낸 개강 1주 전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1. 칫솔 2008/08/31 22:32 답글수정삭제

    언제나 학비와 지식 습득이 늘 비례하지는 않지요. 어디까지나 '배우려는 노력과 열정'이라는 변수가 더 클 테니까요. 시마시마님이라면 300만 원이 아깝지 않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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